2021년 5월 18일 화요일

단편) 나라의 기둥

 단편) 나라의 기둥

ㅁㄴㅇㄹ(14.36) 2021.05.18 14:40:47조회 0 추천 0 댓글 0




조선 초 무렵, 태종이 태조를 맞이할 때의 일이었다.




태종은 왕위에 앉으려고 형제들과 다투고,


아버지 태조를 쫓아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태조는 태종을 미워하여 오랫동안 함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태종이 이에 부왕에게 미움받음을 서러워하여 마음에 병이 들 정도가 되었으나,


마침내 태조가 마음을 풀고 한양에 돌아온다고 하자 매우 기뻐하였다.




태종이 태조를 맞이하며 잔치를 크게 준비하도록 하였다.




이 때 대신 하륜이 말을 올리기를,


"점을 쳐보니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는데,


연회장에 '큰 기둥'을 세워두면 막을 수 있다 합니다."




하지만 태종은 이를 듣지 않았으니,


"내가 학문을 배웠거늘, 


어찌 술수하는 점괘를 함부로 믿겠는가?


아버님이 돌아오심이 곧 상서로운 일인데, 


어찌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겠는가?


연회를 베풀며 기둥을 세워두다니, 


그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하였다.






아 그리하여 태조가 한양에 당도하게 되자,


미리 멀리 밖으로 나가서 맞이하고


마침내 날짜를 잡아 잔치를 열었다.




그런데 잔치를 여는 곳에 들어와,


태종의 얼굴을 보자 마자 바로 그 때, 


태조의 눈에는 호랑이처럼 살기가 번뜩이고,


"이놈!"하고 소리치는데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듯 하였고,


숨겨두었던 활을 꺼내고 화살을 메겨서 겨누었다.




그러자 대신과 신하들이 모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어떤 자들은 오금이 저려서 일어나지도 못하니,


하늘에서 번개불이 번뜩이는걸 피하려는 듯 하였다.




태조는 백발백중의 신궁(神弓)이시라.


평생동안 짐승으로는 범, 새로는 하늘 나는 수리,


호적(胡敵)˛ 왜구(倭寇)를 두루두루 잡았으니,


백보(百步) 이내에서는 화살을 피할 길이 없음이라.




태종이 목숨이 경각에 도달하자,


엎드려 "아버님 살려주십시오!" 하고 빌었으니,


태조 앞에서 염라왕을 만난 듯이 두려움에 떨었다.




태조가 태종을 노려보며 범같이 눈을 부릅뜨니,


사람들이 아찔하여 오늘 나라가 망하는구나 하였다.




그런데, 그리 위급할 때에,


나이 어린 왕자 막동(莫同)이 아장아장 걸어나와,


태조와 태종 사이에 우두커니 바로 섯으니,


할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손자가 가로막은 것이라.






태조가 암만 신궁(神弓)이라도 


손자를 쏘지 않고 아들을 쏠 수는 없으니,


"네 어찌 막느냐! 어서 비켜라!" 하고 


범처럼 울부짓었다.




그러자 왕자 막동이 비키지 않고


"어찌 아들이 아버지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할아버지께서 화를 푸십시오." 하였다.




어린 손자가 효성이 지극한 것을 보더니,


태조가 가슴이 울컥 하고 눈물이 솟아,


끝내 활을 쏘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 했다.


우리 집이 큰 기둥을 얻었으니 오래갈 것이다." 하고,


한숨쉬듯이 내뱉고는 왕자 막동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태종의 장남인 원자(元子)가 


무늬있는 비단옷을 입었으나 겁먹어 벌벌 떠는걸 보고,


"너는 담력이 없고 사치를 좋아하는구나.


크게 되지 못할 아이로다."고 하였다.




또 둘째 왕자가 자리에 붙은 작은 벌레를 멀리 풀어주는걸 보고,

어찌 벌레를 죽이지 않느냐 물어보고, 살생(殺生)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답하니,


"내가 나라를 세우느라 살생(殺生)을 많이 해서 말년에 화(禍)를 받았다.


네가 자비심(慈悲心)이 많으니 장차 불사(佛事)를 전국에 널리해서,


내가 살업을 지은걸 씻도록 해라."고 하였다.






나중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과연, 하륜이 기둥을 세우면 화를 피하리라 한 말이 그대로 되었다."고 하였다.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창작] 대해의 이순신 프룰로그 구상

 "주상 전하가 한밤중에 압룩강을 건너 명나라로 도망쳤다!"


"세자 저하가 왜적과 싸우다 의주에서 전사하셨다!"는 


소문이 퍼져서 양반에서 민초들까지 전부 멘붕에 빠져버렸다.



2021년 3월 30일 화요일

어느 예능석의 실상

 어느 예능석의 실상

ㅁㄴㅇㄹ(118.218) 2021.03.30 16:37:21조회 0 추천 0 댓글 0


"와타시는 예능석, 가족의 차녀인 데치.


댄스와 노래로 닝겐님들을 기쁘게 해주고 돈을 버는 데치.


마마도, 오네챠도, 이모토챠도, 구더기챠도,


전부 내가 번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데치.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삶의 보람인 데치.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자를 낳아 가족을 만들고 싶은 데치."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알래스카 제국 시나리오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절대 팔지 않고 1917 년까지 버텨 내고 있습니다. 러시아 혁명 동안 차르 니콜라이와 상당수의 충성파 집단이 알래스카로 도망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https://www.reddit.com/r/HistoricalWhatIf/comments/1xtfrn/russia_never_sells_alaska_and_manages_to_hold_it/


이벤트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중립한국 제14화)

 중립한국 제14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나서 노인들이 모여서 향회 논의가 있었다.


처음에는 설날 행사나 사환미(社還米),

빈민구제, 도로 부역 같은 시골에서 일어나는

행정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시작했지만,

논의가 정리되자 점차 시국 문제로 옮겨가게 되었다.

중립한국 제13화)

 중립한국 제13화) 



시골에서 신년(新年)을 지내며 설날을 보내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대개 신력(新曆)인 서양력(西洋曆)으로 설날을 보내지만,

시골에서는 아직 구력(舊曆)으로 절기(節氣)를 쇠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양력 설날에는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러 다니곤 하였다.


우리집 식구들도 한복으

2020년 12월 8일 화요일

근본주의 기독교에서 D&D를 악마숭배 라고 공격한 결과

 

https://dmdavid.com/tag/the-true-story-of-the-cthulhu-and-elric-sections-removed-from-deities-demigods/

아이들은 사탄의 D&D 대신에 건전한 크툴루를 사게 되었다.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중립한국 제12화) 인공석유(人工石油)

 중립한국 제12화) 인공석유(人工石油)


애들 데리고 뛰어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추운 겨울인데도 어찌나 활발하게 노는지,
눈밭에 풀어놓은 강아지들 같이 뛰어다녔다.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뛰어놀고 나서,
행랑채 아주머니가 담벼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아궁이에다가 고구마를 구워놓는다고 소리치니까,
그제서야 고구마를 먹는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SCP) 과학적인 위저보드 - 발견기록

 과학적인 위저보드 - 발견기록


'과학적인 위저보드'의 제조일자는 알 수 없으나, 195█년대, 북미 ████주(州)에 거주하는 1█살의 소년 T가 소유하고 있었음을 추적할 수 있었다. T는 해당 지역에서 고물을 취급하는 잡화상에서 이 제품을 구입하였으며, 해당 잡화상은 화재로 경영자와 함께 소실되었기 때문에 위저보드의 기록은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다.

발견된 T의 일지를 판독한 바에 따르면, T는 잡화상에서 '할로윈'에 남동생 J와 여동생 L과 함께 단순한 놀이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과학적인 위저보드를 구입하였다. T는 구입한 당초에는 과학적인 위저보드의 설명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몇 번의 실험을 하여 위저보드의 사용법을 습득하게 되었다.

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중립한국 제11화) 《북방(北方)의 선구자(先驅者)》





큰할아버지 댁이 마을에서 주름잡는 지주였기 때문에,
사랑채에는 마을 사람이나 친척들이 오고 가곤 했다.

자연스럽게 전쟁 이야기가 나오곤 했는데,
큰할아버지나 달평 당숙 뿐 만이 아니라,
시골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에 부정적이었고,
중립정책에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군들이 중국에서
사람 목을 누가 많이 베는지
서로 겨루고 있다며?"

"에이구. 무서워라."

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실장석+크툴루) 위대한 우지툴루(The Great Ujithulhu)

 



외딴 공원에서 사악한 의식을 벌이고 있는 실장석을 습격했더니,
어두운 바다를 가르고 고대의 사신(邪神) 우지툴루(Ujithulhu)가 나타났다.

"레후- 우지툴루는 위대한 우지레후-"

실장석들이 공원에서 벌이던 의식은
바다 밑에 있는 태고의 운치굴(R'lyeh)에
잠들어 있다는 고대의 사신 우지툴루(Ujithulhu)를
깨우는 의식이었던 것이다.

"데프프! 위대한 우지툴루를 소환하는데 성공한 데스!"
"우지툴루! 닝겐들을 박살내는 데스!"

"레후- 우선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실장석들은 기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었다.
고대의 사신이라니. 과연 이제 인류는 끝일까?

중립한국 제9화) 경찰서에서

 중립한국 제9화) 경찰서



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세레브 사육실장 뽀삐의 하루




데뿌뿌뿌
멍청한 똥노예 닝겐들이 힘들게 일하러 가고 있는 데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똥노예가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와 스시를 가져다주는
와타시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신분인 데스

어느 주상복합맨션의 고층에 살고 있는
사육실장 뽀삐의 취미는 아래에서 걸어다니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에 잠기는 것이다.

실장권법!

 

결정타 데샤뵷!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중립한국 제8화) 크리스마스 3

 중립한국 제8화) 크리스마스 3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하여,
여자와 아이들, 노인들은 행렬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이든 중년 아저씨들이 바깥 쪽에 섯으며,
유성이 같은 젊고 건장한 청년부 인원들이
귀가하는 교인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른 교인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다.

"기독교도들이 집에 돌아간다고 합니다.
질서를 지키고 길을 열어 보내줍시다."

흥아회의 집회 인원들은 교회 정문이 열리고
교인들이 나오는 것을 보자 한 순간 시선이 몰렸으나,
야마무라 군의 지시가 있자 슬금슬금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 작은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비켜주십시오"
"아들 나간다! 비키라."

그래서 교인들의 행렬은 훨씬 숫자가 많은
집회 행렬 사이의 작은 통로에 끼어서 지나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일본어로 비켜달라고 소리쳤고,
호위하는 청년부의 청년들도 비켜달라고 외쳤다.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군.'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과 긴장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다행히 이전처럼 크게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대로 지나가면 다들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교인들이 집회 인원의 중간 쯤까지 통과했을 때,
뒷쪽에서 웅성웅성 거리면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집회에 모여 있던 일본인들은 서로 수근거리다가,
"반자이! 반자이! 텐노헤이카 반자이!"
하고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하나님!"
"아버지! 살려주세요!"

갑자기 주변에서 일본어로 외치는 반자이 소리에
행렬 가운데서 보호받던 노약자들나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앙! 무서워!"
"엄마아아아아!"

아이들로서는 알아 듣지 못하는
일본어 고함 소리에 둘러쌓이자
무섭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울지마! 멈춰 서지마! 그냥 계속 가!"

나는 빨리 통과하라고 소리쳤지만,
보호받던 교인들의 발걸음이 멈춰서
귀가 행렬은 공교롭게도
집회 인원 사이에 끼어버린 채로
멈추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홍콩이 떨어졌다!"
"반자이! 반자이!"

나는 흥분하여 소리치는 일본인들의 외침을
가까스로 알아 듣고서 기뻐 날뛰는 이유를 알았다.

'홍콩이 마침내 함락되었구나.'

일본인들이 기뻐하며 날뛰는 이유는
바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12월 내내 일본군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마침내 일본군의 공격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던 걸로 보였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한 여학생이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면서
시편의 구절을 암송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마! 느그들 교회 하느님이 강하냐!
아니면 천황 폐하가 강하냐!"

그런데 집회에 참가하고 있던 
술에 많이 취한 듯한 한 남자가 우는 아이들에게 다가와서
시비를 걸듯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앙!"

그렇지 않아도 무서워하던 아이들은
술처먹고 행패를 부리는 취객이 나타나자
크게 울음을 터트려서 진정시킬 수 없게 됐다.

"점마 보소. 보소! 저거 왜놈 아이다. 우리 조선 사람이다."

아이들이 우는 광경을 보고 흥분한
우리 교회에 다니는 중년 남자가 나서서
시비를 걸고 있는 취객을 가로막았다.

"마! 니! 절영도 영식이 아이가!
와 니는 아들을 울리고 왜놈 편을 드나! 왜놈 앞잡이 됐나?"

중년 교인이 쏘아붙이는 말을 들은 취객도 분노하여 맞받아쳤다.

"너 머꼬? 나더러 왜놈이라꼬! 이 예수쟁이 덜이 날더러 왜놈이라꼬!"
"문디새끼가 왜놈하고 같이 반자이 반자이 하믄서. 왜놈 아이면 쪽바리가!"

순식간에 서로 거친 말이 오고 가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마! 니 애미는 그럼 양키가! 뒈놈이가!
일본 사람하고 우리 조선 사람하고 같은 아시아 사람인데
아시아 사람이 같은 아시아 사람 편을 들어야지 왜 양키 편을 드나!"
"억지부리지마라! 교회 다니는게 어뜨게 양키 편을 드는기가!"
"아시아 사람이 모하러 양키 교회에 다니나! 퍼뜩 끄지라! 집에 끄지라!"
"같은 아시아? 아시아라꼬? 마! 니 쪽바리하고 피스까나?
쪽바리랑 언제부터 똑같이 됐노. 이거 스까듭빱 같은 새끼 아이가!"
"나가 튀기란 기가! 이 문디가!"

중년 교인가 거친 말이 오가면서
말싸움을 벌이다가 분노한 취객이
급기야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지만,
비틀거리는 몸놀림 때문에 제대로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취객과 말싸움을 하던
중년 교인은 취객의 주먹질을 피하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져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워낙 갑작스러운 사태라 말리러 끼어들 틈도 없었다.

"쪽바리가 사람 친다-!!!"

바닥에 쓰러진 중년 교인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이 쪽으로 집중되었다.

'쪽바리'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일본인들의 눈빛이 살벌하게 바뀌는게 보였다.

"말하는거 보소! 나가 언제 쳤나!"

취객은 바닥에 쓰러진 중년 교인에게 계속 덤벼들려 하였다.

"싸우지 마세요! 뭐하는 겁니까!"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걸 보고
나는 황급하게 말리려고 했지만
나보다 빠르게 유성이가 움직여서
취객과 쓰러진 교인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저씨! 조용히 가세요!"
"이새끼! 마 한 판 붙어보자!"

유성이가 말리려 하며 가로막자
흥분한 취객은 갑자기 웃저고리를 벗고,
몸뚱이를 드러내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씨름을 하려는 듯이 허둥대면서
유성이의 멱살을 잡으려 하는 것이었다.

"에잇!"

하지만 유성이는 취객을 허부적 거리는 몸놀림을 피하고
재빠르고 정확하게 붙잡아서 유도 기술로 메쳐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쿠웅! "으악!"

취객이 바닥에 메쳐지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싸움났다! 싸움!"

유성이가 취객을 엎어친 것을 시작으로
주변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갑작스럽게 패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홍콩에서의 승전보와 아이들 울음소리 때문에
양측이 모두 흥분하고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폭약의 신관이 터지듯이 싸움이 벌어지게 됐던 것이다.

"죽여! 죽여!" "그만해! 그만해!"
"쪽바리 새끼가!" "칙쇼!" "빠가야로!"

패싸움 가운데 들려오는 욕설이
일본 말도 있었지만 반 이상은 한국말이었다.
흥아회 가운데 한국인도 많다는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았다.

"그만해! 그만해! 싸우지 마세요!"

나는 소리치면서 패싸움을 말리려고 하였다.
애초에 싸움질을 벌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년부 친구들이 혈기왕성하기는 했지만
숫자가 많지 않아서 금새 밀리고 있었다.

퍼억! "으윽!"

하지만 그 때, 누군가 내 뒷통수를 때리면서
나도 기절하듯이 쓰러지고 말았다.

몇몇이 쓰러진 나를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얻어 맞느라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탕탕탕!

얻어맞으면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총쏘는 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순경들이
폭력 사태에 대응하여
모여들어서 개입한 것이었다.

권총으로 공포(空砲) 소리를 내서 위헙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군중을 해산시키고 있었다.

경찰에 와서 진압을 시작한 뒤에도
싸움을 멈추지 않던 사람들은
그 소속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교회 청년부원이고 흥아회원이고
한국 사람이든, 일본인이든,
포승줄에 묶여서 끌려가고 있었다.

'이거 야단 낫구만….'

경찰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보고서
섣부른 짓을 했다가 오히려
큰 사고를 쳤다는 생각만 들었다.

"선배님. 괜찮습니까?"
"아. 그래…. 으으."

군중들이 어느 정도 흩어지게 되자
유성이가 나를 부축해줘서 일어나게 되었다.

유성이는 셔츠가 좀 찢어지긴 했지만
몸이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양복이 찢어지고 바닥에 뒹구느라
흙먼지로 엉망이 되어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입가에서 뜨겁고 찌릿한게 느껴져서 만져보니
코에서는 코피도 흐르고 있었다.

"선배님. 다쳤어요?
치료해야 겠으니 교회로 다시 갑시다."
"그래. 그래."

유성이나 청년부 인원들은
싸움으로 다친 사람들은
교회로 다시 옮기고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사람들은
경찰의 개입으로 군중들이 흩어진 덕분에
패싸움이 벌어진 자리를 떠나서
도망치듯이 귀가하였다.

흥아회의 집회도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끝나게 되었다.

"박 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죄송합니다. 목사님."

토마스 목사님은 예기치 못했던
폭력 사태에 크게 놀랏다.

일이 이렇게 되버렸으니 나도 면목이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치게 됐으니 할 말이 없었다.

"박 군이 잘못한건 아니지요. 아무튼. 다친 사람들은 치료합시다."

토마스 목사님은 다친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응급치료를 지시했다.
교회가 병원은 아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 봉사도 하고
여러가지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의약품은 구비되어 있었다.
토마스 목사님도 한국에 선교를 오기 전에 의학을 공부하였고,
국내에서도 여러번 오지로 의료 봉사에도 나갔던 분이었다.

토마스 목사님은 다친 사람들을 살펴봐 주었다.
다행히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었고, 대부분 가벼운 부상이었다.

"아이구! 나 죽는다! 나 죽어!"

담요 위에 누워서 소란스럽게 크게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건의 발단이 된 바로 그 취객이었다.
별로 많이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치료받는 사람들 가운데는 교회사람들 만이 아니라,
흥아회원 같은 사람이나 일본인도 몇 명 있었다.

"목사님. 우리 쪽 사람도 아닌데, 치료해줄 필요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습니카?"

유성이는 불만스럽게 투덜거렸지만,
토마스 목사님은 교회에 찾아온 사람은
가리지 말고 도와주라고 하였다.

"괜찮으세요? 피가 나는 것 같은데."

나도 다소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치료를 받았다.
릴리 에반스 양이 약상자를 가지고 부상자를 돕고 있었는데,
꼼꼼한 솜씨로 내 머리에도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소독약이 많이 쓰라리긴 했지만,
아픈 티를 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참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용감하시네요."

릴리 양은 나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러 갔다.
부상자들은 서양 여자인 릴리 양을 신기하다는 듯이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이 교회 책임자가 누군가?"

잠깐 시간이 지났을 때,
교회 안으로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 몇몇이 들어왔다.

상당히 큰 소동이었기 때문인지,
허리에 큰 칼을 차고 있는
고위 경관까지도 있었다.

"이 교회의 목사는 접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토마스 목사님이 앞으로 나서자,
경관은 버럭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목사가 어째서 폭력 사태를 선동하는 것인가?
조사가 필요하니, 경찰서에 가야겠소. 체포해."

경관의 지시가 떨어지자
순검들은 갑자기 토마스 목사를 붙잡았다.

토마스 목사님은 갑자기 체포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혔다.

"목사님은 잘못한게 없는데 왜 잡아갑니까?!"
"뭐야 너는! 공무집행죄로 끌려가고 싶냐!"

그러자 유성이가 소리치며
경찰들을 막으려다 제지되었다.

"유성 군. 예수님이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으으. 목사님."

순검들에게 붙잡히고 나서도 유성이가 계속 반항하려 하자,
목사님이 타일렀고 그제서야 유성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반항을 멈추고 순순히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베드로가 칼을 휘둘러 군졸의 귀를 자르자,
베드로를 타이르던 예수님의 모습이 이와 같았을까?

"싸운건 나하고 저놈인데 왜 목사님이 끌려갑니까!"
"뭐야? 이놈하고 저놈들도 체포해!"
"마! 나는 와!"

체포된 유성이가 원망스럽게 호소하자,
경관은 유성이 뿐만이 아니라
유성이가 지목한 취객도
함께 붙잡아 가도록 지시했다.

소요사태의 주범은
전부 끌고가려는 모양이었다.

교인들은 체포된 토마스 목사님을 보고
다들 동요하면서 술렁거리고 있었다.

"나도 가겠습니다. 토마스 목사님은
우리 말이나 법률을 잘 모르시니,
통역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통역이라고? 따라와."

나는 통역을 하겠다며 경찰을 따라나섯다.

'예수님을 세 번 버렸다는
베드로처럼 해야 되겠는가?'


중립한국 제7화) 크리스마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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