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1일 화요일

[창작] 대해의 이순신 프룰로그 구상

 "주상 전하가 한밤중에 압룩강을 건너 명나라로 도망쳤다!"


"세자 저하가 왜적과 싸우다 의주에서 전사하셨다!"는 


소문이 퍼져서 양반에서 민초들까지 전부 멘붕에 빠져버렸다.




먼저 도망친 임금을 따라 


의주에서 요동으로 떠나기 직전에


류성룡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받고,


이순신은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적이 임해군을 서울에 끌고와 왕으로 옹립했으며,


임해군이 각지에 항복하라는 교서를 내리고 있다!"는 소문도 사실이었다.




조정이 무너졌다는 소문이 들리게 되자,


각지에서 일어났던 의병들 조차 사기가 떨어져 항복하거나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순국하고 있었으며,


지금 조선 땅으로 남은 곳은 오직 


이순신과 권율이 버티고 있는 호남 뿐이었다.




호남은 팔도에서 몰려온 피난민들로 가득하였다.


그들은 왜적이 각지에서 벌이고 있는


흉악한 약탈과 만행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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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의 대군을 맞설 수 있겠는가.


중과부적이니 명나라로 피신하여야 하네."




호남을 제외한 칠도가 모두 왜적에 무너져버린 


지금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 함대는 


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나는 과거 계백(階伯)의 충정을 따를 것이니,


자네는 한 명이라도 더 백성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가 살리게나."




권율은 마지막 남은 병력을 모아 순국(殉國)을 결의하고


이순신에게 백성들을 데리고 피난하라고 권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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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면밀하게 계획하고 피난선을 건조하였지만 피난선의 자리는 부족하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부족한게 많았다.




수영에는 뇌물을 주고서라도 배에 타서 중국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피난민을 선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지금 상황에서 재물은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 뇌물은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한 무리의 선비들이 큰 궤작을 등에 짊어지고 지나가는 이순신 앞에 끼어들었다.




"장군! 부디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이 무슨 비루한 짓인가. 재물을 가져와도 배 태워주지 않소."




군관은 선비들을 밀쳐내려 했지만, 선비들은 물러나지 않고 소리쳤다.




"이건 재물이 아닙니다! 전주사고에 있던 우리나라의 실록(實錄)입니다!"




이순신은 군관들을 물러나게 하였다.


전주사고(全州史庫)를 지키던 선비들이 실록을 가져온 것이었다.




"다른 사고의 실록은 모두 왜적이 태워 없앴습니다.


전주사고는 불태우기 전에 우리가 미리 실록을 꺼내서 산성에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왜적에 함락되려 하니, 장군께서 이 실록을 맡아 주십시오."




이순신은 감명 깊게 궤작에 손을 얹고 열어보았다.


궤작 안에는 비단보자기과 기름종이로 단단히 밀봉된 수십권의 실록이 있었다.




조선이 건국되고 이 날 멸망하기까지의 


역사(歷史)가 모두 이 한 궤작에 담겨 있었다.




이 작은 궤작에 담긴 것이 지금 멸망하여


역사 속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모든 것이었다.




"공들 께서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우셧소.


어떻게든 자리를 내어줄테니 배에 타십시오."




이순신은 고마운 마음에 그들을 배에 태우려 했으나,


선비들은 오히려 이순신이 자신들을 붙잡을 것을 두려워 하는듯,


도망치듯 빠른 발걸음으로 이순신에게서 멀어져 갔다.




"우리가 후세에 어찌 나라의 물건으로


제 목숨을 삿다는 욕을 먹겠습니까?"




"우리는 실록을 지키는 소임을 다 하였으니,


이젠 선비 답게 충의를 다하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선비들은 실록이 든 궤작을 이순신이 접수하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이순신의 망국일기에는 '그들이 이름을 물어두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썻다.




호남 지방의 전설에 따르면, 실록은 '이장군'이 나라를 떠날 때, 산신령이 와서 주고 간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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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여러 고을이 하나씩 함락되며,


조선 역사의 마지막 전투, 목포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송나라의 마지막 전투에 빗대어 '조선의 애산'이라 불리는 이 전투에서,

도원수 권율의 지휘 아래 조선의 마지막 남은 군사들은


화약이 떨어지면 화살로 싸우고, 화살이 떨어지면 돌을 던지고, 


창칼이 꺽이면 맨손으로 싸우다, 전원이 남김없이 순국하게 되었다.




그런 한편으로, 이순신이 이끄는 


수백척의 크고 작은 선박으로 이뤄진 


피난 함대는 포구를 떠나 황해를 건넜다.




이 전투에서 조선은 멸망하였고,


더 이상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다.




조선 팔도는 왜적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조선 백성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바다를 건너간 이장군이 나라를 회복하러 돌아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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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황궁 자금성 깊은 곳의 침실, 


아편에 취해서 몽롱해져 있는 만력제 앞에 관우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편에 취한 만력제는 자신은 유비의 환생이며, 선조는 장비의 환생이고, 


관우의 부탁으로 장비를 도와주고 있다는 망상에 푹 빠져 있었다.




"오. 관우야. 네가 부탁한 대로 장비를 요동에 머물게 하였다."




"형님. 자룡(子龍)이 동해(東海)에서 왔거늘,


형님께서는 어찌 알아보지 못하십니까?"




"뭐라고? 자룡이 찾아왔단 말인가?!"




조자룡, 충성과 무예와 지혜를 겸비한 명장은


만력황제가 좋아하는 삼국지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무장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만력제의 얼굴은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뭐랄까 SSR 전설 영웅급 가챠가 뜨는걸 보게 된 기분?




오늘은 다행히 황상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며 환관과 궁녀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사실 만력제는 지나친 비만과 운동부족 때문에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기분이 나쁘면 환관이나 궁녀들을 구타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동해를 건너온 자가 있느냐? 자룡이 왔으니 맞이하라!"




만력제가 내뱉은 성지는 얼토당토 않은 잠꼬대 같았지만, 황제의 명령은 지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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