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1일 일요일

침입자 시나리오

 침입자 시나리오
ㅁㄴㅇㄹ(119.196) 2020.10.11 19:58:54조회 0 추천 0 댓글 0



이곳은 사육실장이 사는 집.



"매일매일이 즐거운 데스~♪ 오늘 저녁은 스시와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데스~♪"



분홍색 옷을 입은 사육실장이 완구로 놀면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멍청한 똥닝겐이 요즘 건방져지는 데스~♪

와타시에게 봉사하는건 의무라는걸 잊어가는 데스~♪

와타시가 없는게 얼마나 커다란 손해인지 느낄 수 있도록

가출을 하는걸 생각해봐야 하겠는 데스~♪

공원에서 자유로운 생활도 즐거울 것 같은 데스~♪"



사육실장이 부르는 노래 소리에는 분충끼가 드러나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데스?"



그 때, 갑자기 사육실장의 방문이 열리며 한 마리의 실장석이 나타났다.

둔탁한 소리와 구리구리한 냄새 때문에 사육실장은

이질적인 존재가 자신의 방에 침입했다는걸 느끼게 됐다.



"데,데뎃! 내,냄새나는 데스으으!"

"데프프프."



침입자는 초록색 눈알이 흉터로 무너진 애꾸 실장이었다.

그 밖에도 온 몸이 흉터로 가득하여 섬뜩한 모습이었다.



때와 먼지로 더럽혀진 온 몸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며,

실장복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머리카락도 반쯤 빠져서

가까스로 독라(禿裸)를 면하고 있는 꼴이었다.



누더기가 된 실장복을 보호하려고,

비닐봉지나 노끈으로 보강하고 묶어놔서,

더욱 지저분해 보이고 흉측한 몰골이었다.



"데프프프. 여기가 사육실장의 집인 데쓰까?

오마에의 행복을 받으러 온 데스."



애꾸 실장은 역시 반쯤 부서져서

육식동물처럼 날카로워진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적으로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



얘꾸 실장의 위협적인 모습에

덜컥 겁을 먹은 사육실장은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댔다.



"저리 가는 데스! 여기는 와타시의 성 데스! 더러운 들은 나가는 데스!"



사육실장은 완구를 함부로 던져댔지만, 대부분 빗나가 버렸고,

맞추게 된다고 해도 가볍고 부드러운 실장 완구로는 

애꾸 실장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데프프프. 오마에의 집과 푸드와 완구와 실장복을 전부 받아가는 데스."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애꾸 실장은 번쩍번쩍 거리며 날카로운 보검을 꺼내들었다.

사육실장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빵콘을 하며 지려버렸다.



콰직!



애꾸 실장이 사육실장을 덮치고 보검을 머리 위로 높히 치켜들었다.

사육실장은 애꾸 실장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버둥 거렸지만,

체중과 완력의 차이가 너무 엄청났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었다.



"살려주는 데스! 살려주는 데스!"

"자아! 이젠 끝인 데스! 너의 행복은 여기서 끝나는 데스!"

"주인님! 주인님! 살려주는 데스!

이젠 밥투정 하지 않는 데스!

대소변도 제대로 하는 데스!

자를 가지고 싶지도 않은 데스!

말하는 것 제대로 들을 테니 살려주는 데스!"



사육실장은 죽음의 공포를 앞에 두고 색눈물까지 흘리면서 울부짓었다.

자신이 여지껏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속터지게 했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직 주인에게 살려달라고 빌어대면서 후회를 거듭하고 있었다.



"데프프프프. 멍청한 사육실장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재미있는 데스."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애꾸 실장의 칼날은 사육실장의 목덜미까지 내려오고,

사육실장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잠깐! 거기서!"

"뎃? 니,닝겐?!"



하지만 그 때였다.

갑자기 사육실장의 주인이 방 안에 나타난 것이다.



"나의 에메랄드를 괴롭히다니 용서할 수 없어! 꺼져라! 들실장!"

투닥투닥!

"데에에에엣! 너,너무 강한 데샤아아아아아아!"

투닥투닥!



주인은 막대기를 휘둘러서 애꾸 실장을 공격했다.

애꾸 실장은 방금 전까지의 기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무력하게 비틀거리면서 도망쳐 다니고 있다.



"주인님! 힘내는 데스! 못된 실장을 쫓아내는 데스!"



사육실장은 주인이 애꾸 실장을 쫓아내는걸 보고 바닥에 버둥거리며 응원하였다.

사육실장의 눈에는 주인이 애꾸 실장과 치열한 검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닝겐은 너무 강한 데샤아아아아아아!"



한동안 얻어맞다가 마침내 애꾸 실장은 들어왔던 문으로 도망쳤다.

애꾸 실장이 도망치자, 사육실장은 살아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님! 고마운 데스으으으으으!"

"에메랄드으! 무사하니?"



사육실장은 주인에게 달려와서 안겼다.

주인은 에메랄드를 끌어 안았지만,

동시에 빵콘한 에메랄드의 냄새를 느꼈다.



"음. 일단 씻자. 에메랄드."

"뎃. 부끄러운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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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정말 굉장한 데스. 전설의 기사님 같았던 데스.

공주 같은 에메랄드를 지켜주는 기사님이었던 데스.'



잠시후, 에메랄드는 아와아와한 향기와 거품으로 가득한

실장 전용 거품 목욕탕에 잠겨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흉측하고 추악한 애꾸독라가 나타나다니.

성의 바깥에 있는 공원은 정말로 위험한 데스.

역시 주인님의 보호 아래 사는게 안전한 데스.

에메랄드의 죽음은 이 세상의 손해인 데스.

규칙을 지키고 안전하게 살아야 하는 데스.'



그리고 에메랄드는, 자신의 분수를 어느 정도 뇌우치고 있었다.

에메랄드의 행실도 이전보다는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서비스 이용. 감사합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한 데스."



에메랄드가 목욕탕에 들어가서 아와아와한 목욕을 즐기고 있을 때,

에메랄드의 주인은 한 작업복을 입은 인간에게는 돈이 든 봉투를,

에메랄드를 공격했던 애꾸 실장에게 실장 푸드를 주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걸로 에메랄드의 분충끼도 좀 줄어들겠죠?"

"분충끼 있는 사육실장들도 대개 인간의 힘을 

간접적으로라도 실감하게 되면 얌전해지는게 보통입니다."

"공원에는 와타시 같은 실장이 많다고 하면 효과가 더 좋은 데스.

주인에게서 떨어지면 살아갈 수 없다는걸 깨닫게 되는 데스."

"하하하. 너 아주 머리가 좋은데. 아까는 때려서 미안해."

"괜찮은 데스. 스폰지 막대라서 아프지 않은 데스."



주인이 애꾸 실장을 때릴 때 썻던 막대기는 사실 스폰지로 만들어져 있었다.

맞으면 구겨지는 스폰지 막대였기 때문에, 실장석의 무른 몸에도 상처를 줄 수 없었다.



"우리는 '사육실장을 정신차리게 해주는 침입자 서비스'인 데스. 위험한 물건은 쓰지 않는 데스."



그리고, 애꾸 실장이 들고 있던 '보검'도 

실제로는 은박지로 만들어진 장난감 같은 물건이었다.

실장석을 상대로 하여도 살상력이 거의 없는 물건이었다.


그렇지만 칼날 같은 모양과 반사광만 보고도 

덜컥 겁먹을 먹어버린 에메랄드의 눈에서

진짜 무서운 보검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퀄리티였다.



에메랄드의 주인은 최근 서서히 분충끼를 드러내기 시작한

에메랄드를 교육시켜 주려고 특별 서비스 업체에 부탁했던 것이다.



이번 시나리오는 "집에 침입한 들실장을 주인이 쫓아내준다."는 것이었다.



주인이 목숨을 구해주게 되면 사육실장은 고마움을 느끼게 되며,

인간과 자신의 힘의 격차, 그리고 자신이 집에서 쫓겨나게 되면,

생존할 능력이 없는 무력한 사육실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공원같은 외부 세계에 공포를 가지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로, 사육실장은 얌전해지는 것이었다.



"완전 분충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시나리오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좋아요."



물론 도를 넘은 분충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다소 분충끼를 보이는 시점에서는 효과가 굉장했다.



이 업체에는 그 밖에도, 사육실장을 교육하는데 도움을 주는

여러가지 시나리오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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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 오늘 일도 수고했어."

"감사했던 데스. 그럼 집에 돌아가서 쉬는 데스."



에메랄드의 주인집에서 나온 서비스 회사 직원과 

애꾸 실장은 얼마 떨어진 곳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애꾸 실장은 반야생이라 할 수 있는 실장으로, 

평소에는 으슥한 뒷골목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때때로 서비스 회사에서 하청을 받아서 일하고 있었다.



보수는 실장푸드 한봉지, 들실장에게는 굉장한 가치가 있지만,

인간의 기준으로는 별다른 가치가 없는 싸구려 물건이었다.



애꾸는 등에 실장푸대를 짊어지고, 

자신의 집이 있는 뒷골목 쪽으로 이동하였다.



"오옷. 쓸만한 돗대가 떨어져 있는 데스. 오늘은 운이 있는 데스."



마침, 뒷골목 인근의 하수구에 

제법 긴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게 보였다.

바닥에서 담배꽁초를 주워든 애꾸는 

능숙한 솜씨로 라이터를 써서 꽁초에 불을 붙인다.



"후우…. 맛좋은 데스."



어느 정도 지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에게 하청일을 받는 반야생은 

평범한 들실장보다는 생활이 좋지만

그래도 역시 고달픈 것은 마찬가지다.

애꾸는 담배연기를 마시며 시름을 잊고 있었다.


"멍청하고 유치하고 바보 같은 연극을 해준 값으로 

실장푸드 한 봉지라니 오늘은 횡재한 데스.

이런 일거리가 좀 더 많이 있으면 좋겠는 데스."



담배를 피우는 애꾸는 오늘의 횡재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극의 내용은 자신이 생각해도 유치하고 멍청하였다.



"실장뇌로도 말도 안되는 서비스인 데스.

어차피 멍청한 분충은 죽어도 낫지 않는 데스.

잠깐 정신 차린다고 해도 또 똑같이 분충이 되는 데스.

그때는 또 시나리오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은 데프프."



그 이유는 멍청한 분충은 어차피 낫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나리오 서비스라고 해봤자 일시적인 효과 밖에 없다.

애꾸 실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 애꾸. 그 실장푸드를 넘기는 데스."

"애꾸 따위가 가지고 있어서 좋은 물건이 아닌 데스."

"반항하면 완전히 독라로 만들어주는 데스. 데프프프"



그 때 였다. 갑자기 세 마리의 들실장이 주변에 나타났다.

비열하게 웃으면서 애꾸가 가진 실장 푸드를 노리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못보던 얼굴 데스. 젊어 보이는데, 신입 데스까?"

"데프프. 멍청한 똥마마가 귀찮게 해서 가출한 데스."

"이 근처는 공원도 넓고 애호파도 많아서 살기 좋은 데스."

"이제부터는 와타시다치가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주는 데스."



들실장들은 인근 공원에서 살던 세자매 실장이었다.



가출하여 다른 공원으로 이주한 다음,

원래 살던 실장들을 다구리 치고 

약탈하면서 생존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3 대 1 정도 되면 왠만한 실장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자매들이 뭉쳐서 사는건 그럭저럭 괜찮은 생존전략이었다.



"오마에들이 소문으로 듣던 그 멍청이들이었던 데스.

역시 멍청한 분충들은 구제하는게 정답인 데스."



스으으윽-



애꾸는 등에 짊어지고 있던 '보검'을 손에 쥐었다.

은박지가 햇빛에 반사되면서 번쩍거리는 광채를 뿜어냈다.

하지만, 에메랄드와는 달리, 세자매 실장은 겁먹지 않았다.



"데프프. 그게 뭐인 데스? 보검은 이런 것인 데스!"

"데프프프. 가짜 칼인 데스. 하나도 무섭지 않은 데스!"

"반독라 주제에 건방진 데스. 주먹맛을 보고 싶은 데스까?" 붕쯔붕쯔



세자매 가운데 장녀가 짤막한 못을 보검이라며 꺼내들었다.

차녀는 은박지로 된 가짜 칼이라는걸 알아보았다며 비웃고 있었다.

삼녀는 주먹을 붕쯔붕쯔 흔들면서 위협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스르륵!

"바보는 너희들인 데스. 이것은 '칼집'인 데스."



애꾸가 은박지와 종이로 만들어진 칼집을 벗겨내자,

붉게 녹이 슨 두꺼운 철판 같은 검이 안에서 나타났다.

잭 나이프 정도의 사이즈였으며, 다소 녹이 슬기는 했지만,

칼날은 실장석의 몸을 절단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다.

그리고, 칼날에는 실장석의 녹색 체액이 말라 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서거걱!

"데,데뎃?! 데뎃?! 와타시의 섬섬옥수가아아아!"



칼날을 뽑아들자마자, 애꾸는 붕쯔붕쯔 거리던 삼녀의 팔을 베어버렸다.

붕쯔붕쯔 거리는 삼녀와는 다르게 능숙하고 재빠른 솜씨였다. 

팔이 날아간 삼녀는 버둥거리며 그 자리에 누워서 뒹굴었다.



"지,진짜 보검이었던 데스까?!"

서걱!

"데갸아아아악! 와,와타시의 몸이!"



다음에는 차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몸과 분리된 차녀의 머리는 날아가면서 자신의 몸을 불렀다.

하지만 머리와 분리된 몸은 그 자리에서 서있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이모토챠들! 이모토챠들의 원수!"



장녀는 자칭 보검이라던 녹슨 못을 들고 애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꾸의 칼날이 장녀의 녹슨 못보다 훨씬 크고 리치도 길었다.



서걱!

"데갸아아아아악!"



게다가 휘두르는 속도도 훨씬 빠르고 정확하였다.

애꾸는 스치듯이 장녀의 녹슨 못을 피하면서 칼날을 휘둘렀고,

다음 순간, 장녀는 몸이 두 토막이 나서 길거리에 나뒹굴었다.



"와,와타시의 섬섬옥수가!"

"삼녀! 머리, 차녀의 머리와 와타시의 몸통을 붙이는 데샤아!"

"끄,끄윽. 와,와타시의 몸통…."

"무,무리인 데스. 장녀 오네챠. 와타시의 섬섬옥수가 없는 데스."



세자매 실장은 순식간에 무력화 되었다.



실장석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몸이 절단되고 목이 잘려나간 상태에서도 

장녀와 차녀는 일단 살아 있었다.



장녀는 삼녀에게 자신들의 몸을 붙이라고 소리쳤지만,

팔이 잘려버린 삼녀는 넋을 잃고 있었다.



설사 팔이 무사하다고 해도, 실장전문 의사도 아닌 이상,

실장석의 어설픈 솜씨로는 그런 응급처치는 불가능하다.

서서히 실장 체액을 흘리면서 말라 죽어갈 수 밖에 없다.



철컥!

"역시 닝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데스. 

분충 멍청이들은 이렇게 만들어주는게 당연한 데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자매 실장을 모두 처치한 애꾸는 칼날을 칼집에 거두고, 

무력화 된 세자매 실장을 뒤로 하여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까마귀상! 도와주는 데스까? 데샤아아아! 와타시의 눈은 먹는게 아닌 데샤아아아!"

"똥고양이! 와타시의 몸은 뜯어먹는게 아닌 데스! 그만두는 데스! 데샤아아악! 머리도 뜯어먹는게 아닌 데스으!"

"이모토들은 이미 틀린 데스. 와타시 만이라도 팔로 기어서라도 도망가는 데스. 뎃? 들개상? 옮겨주는 데스까?"



애꾸 실장이 떠난 자리에서는 절망적인 절규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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