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3일 토요일

개척왕 수양 (8)

[창작] 개척왕 수양 (8)
ㅁㄴㅇㄹ(222.108) 03-22 03:36:34 조회 580 추천 37 댓글 7







"수양대군을 신주 병마절도사(新州 兵馬節度使)로 삼는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한확은 해변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수양대군에게 교지(敎旨)를 내렸고, 수양대군은 이를 순순히 받들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쯔쯔. 대체 여기에 무슨 병마(兵馬)가 있다고 병마절도사라 하는가.'



사실 이곳은 아직도 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양대군도 겨우 물소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한확은 교지를 수양대군에게 전한 다음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전하께서 대군의 활약을 언제나 유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격려하는 뜻에서 귀한 명마(名馬)를 준비하였으니 받으십시오."

"오오. 이렇게 고마울데가."



명마를 하사하였다는 말에 수양대군은 아주 기뻐하였다. 문종은 좋은 말을 암수로 몇마리 보내준 것이다. 수양대군으로서는 기쁜 일이었다. 말이 충분하다면 기병을 육성할 수 있고, 더욱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거 아주 좋은 말이군. 으쌰!" 훌쩍!



수양대군은 배에서 내려온 말을 쓰다듬으면서 흐뭇하게 웃음 짓다가, 마술(馬術)을 자랑하며, 훌쩍 뛰어올라 명마에 올라타고 말을 한 바퀴 돌아보더니 다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다들 경탄하였다.



"대군께서는 말 타는 솜씨가 여전히 대단하시군요."

"흐하하. 이 섬에서 매일같이 야인(野人)들과 싸우다보니 무예만 자꾸 늘어나고 있네."



수양대군은 어쩐지 그 모습을 서운한 듯이 바라보는 물소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복실아. 그 동안 고마웠다."

"음메-"



...



수양대군은 일행을 데리고 신주성에 있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수양대군은 자녀와 가족들에게 각자 거처를 정해주었다. 수양대군의 가족은 앞으로 신주에서 거주하게 될 예정이었으므로, 수양대군은 자녀들에게 각자 집을 지어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한확은 장기간 항해로 쌓였던 피로를 풀고 조선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수양대군은 한확을 신주성으로 데려왔다. 수양대군도 한확에게 그 동안 조선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실 나름대로 조선에서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배에 타고 오는 것이 하급관리거나 유배를 보내진 지방의 평범한 백성이라서 들을 만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조선에서는 신주(新州)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저 죄수만 보내고 있으니 원…."

"신주의 일은 조선에서도 많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은 조정에서는 신주 개척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포기하자는 여론이 많아서, 주상전하께서는 죄인을 귀양보내는 토지로 쓰고자 하여 여론을 누르고 있습니다."

"크흠…."('제길. 역시 귀양보내는 토지 취급인가.')



수양대군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또 명나라에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하였는데. 내가 뇌물, 아, 아니 선물을 여러가지 써서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황상께서도 효성 깊은 행동이라고 좋게 보고 게시는 듯 하시고."

"예. 서성부원군께서 수고가 많으셨군요."('과연 한확의 수완은 대단하구나.')



한확은 그 특수한 지위 때문에 조선과 명나라의 외교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수양대군은 진작부터 한확을 포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일 자신이 조선에서 보위를 찬탈하게 된다면, 명나라에서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인데 그런 역할을 하는데 한확보다 더 나은 인재가 없었다.



"이것은 제 생각이지만, 혹 이 섬에서 야인들을 교화시켜 나라를 만들고 대명에 조공을 올리기로 한다면 능히 책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쪽이 오히려 우리 조선이 직접 영토를 늘리는 것보다 명나라에서 염려를 덜 할 것 같기도 하고."

"글세요. 명나라의 의중은 알 수 없으니, 나중이 되어봐야 알겠지요."



수양대군은 차라리 명나라에서 조선인들이 남쪽 섬에 개척을 한다는 것을 불쾌하게 여겨 몰아내주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이 섬은 아직 명나라에서도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세외(世外)의 땅이었다. 조선인이 조금 건너가서 산다고 해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런 섬에서 나라를 만들어서 책봉? 터무니 없는 소리.'



수양대군은 한확이 실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년간 섬에서 많은 고생을 했던 나머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



그날 저녁, 수양대군은 오랜만에 부인 윤씨와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상공. 실은 소첩이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옷이 낡으셨을 것 같아서 새 도포를 지어왔습니다."



부인 윤씨는 수양대군에게 도포를 입혀주었다.



"딱 맞는군. 내 치수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는가?"

"제가 잊어버릴리가 있겠습니까?"

"역시 부인이오. 하하하."



수양대군은 도포를 입고 훑어보며 기뻐하였다. 오랜만에 조선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저 부인하고 이렇게 오붓하게 살아갈 수만 있으면 좋겠건만.'

"잘 맞으시니 다행입니다. 실은, 혹시 몸이 상하실까 염려되어 갑옷도 새로 만들어 왔습니다."

"갑옷이라고?"

"조선에서 가져가신 갑옷이 망가져서 혹시 옥체가 상하시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윤씨 부인은 도포만이 아니라 갑옷도 만들어 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씨부인의 생각대로 수양대군이 조선에서 이 섬에 올 때 입었던 갑옷은 몇년 동안 전투를 거치면서 낡아서 망가지고 있었다. 비록 수리를 하면서 쓰고는 있었지만, 아직 수양도의 기술력이나 철 생산량이 부족하여 온전하게 수리를 하지 못하였고 심지어 일부분은 대나무에 검은 칠을 해서 대체하기도 하였다.



"오! 이렇게 훌륭한 갑옷을 만들어오다니. 부인 생각대로 이전에 입던 갑옷은 많이 낡아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소. 정말, 고맙소. 부인은 내 생각을 잘 알아 주는군."



윤씨 부인이 꺼내온 새롭게 잘 만들어진 찰갑과 투구를 입게 되자, 수양대군은 그 묵직하고 튼튼한 갑옷의 느낌에 그 동안 피로에 마모되어가던 전의(戰意)가 다시 치솟는 듯이 느껴졌다.



'그렇다. 지쳐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이 섬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대대손손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

코끼리는 없기 때문에

물소로 다운 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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