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4일 월요일

개척왕 수양 (1)

[창작] 개척왕 수양 (1)
ㅁㄴㅇㄹ(222.108) 03-03 20:55:23 조회 851 추천 34 댓글 34

"대군은 어서 들라."

"전하. 갑자기 부르시니 놀랐습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형님, 아니 주상전하께서 갑자기 나를 부르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이 나빠져서 거의 돌아가실듯 하였는데,

기적적으로 쾌차하시어 정말 놀라고 기쁘면서도…

…숨겨두었던 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허탈하였다.



듣자하니 혼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스스로 작은 칼을 가져오게 하여 종기를 모두 째버리고

몸을 소주로 씻고 약을 붙이시더니 살아났다고 한다.

세상에 그런 치료법이 있었단 말인가.



"과인이 긴요한 일로 오늘은 대군과 독대하고자 하여 불렀느니라."



전하의 용안은 병세에서 회복되어 마르기는 하였으나

위엄있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니

마치 내 마음 속을 전부 꿰뚫어 보는 듯 하여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내가 역심(逆心)을 품은 것을….



"대군은 어찌하여 역심을 품었는가?"



…알고 게셨다. 그,그럴리가 없다.

나는 황급하게 좌우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무사는 커녕 내관도 궁녀도 없었다.



"제, 제가 가가가,감히, 그,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면서 목소리도 덜덜 떨렸다.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과인은 이미 알고 있다. 기군망상은 큰 죄이거늘…."

"전하. 소인은 하늘에 맹세코 한 순간도 역심을 품은 적이 없사옵니다."

"그럼, 한명회라는 자는 누구인가?"



한명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

나의 장자방이라고 추켜세워줬더니.

어느새 배신을 했단 말인가?



물론 아직 한명회와도 구체적인 계획은 꾸민 적이 없었다.

그저 조금 깊은 속내를 털어놓고 지냈을 뿐이거늘.



"그그, 그 자는 비루하고 간사한 말단 벼슬아치에 불과합니다. 분명 거짓으로 고변한 것입니다."

"오. 한명회라는 자를 모르지는 않는 걸 보니, 과연 거짓이 아니었구나…."

"!"



전하의 용안에는 지극한 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이 다 들켜버렸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저 병중에 환상으로 헛것을 본 것이길 바랬거늘."

"저,전하. 맹세코 소인은 한명회 같은 소인배와는 결코…."



변명하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부정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한명회가 배신하였다면 결코 무사하기 어려웠다.

예로부터 감히 왕자 된 몸으로서 근신하지 않아

역모에 연류되고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한명회가 고변한 것이 아니니 대군은 안심하라."

"예? 그,그그, 그럼 어찌하여?"

'하아…."



전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부처님처럼 인자하고 다정하게 말하였다.



"과인은 병으로 쓰러졌다가 먼 장래를 보고 왔도다."

"먼 장래…?"

"그렇다. 이 형은 이 왕조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에서 깨어나 삶을 살았도다. 그것이 마치 불도(佛道)에서 말하는 윤회전생과 흡사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비록 내가 불교를 숭상하기는 하나, 형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러나 내 마음 속에만 품고 있던 역심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는 것은….



"본디 역사에서 이 형은 이 때 병으로 쓰러져 이승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우는 한명회, 권람, 홍윤성, 양정, 황수신, 양녕대군, 임영대군, 영녕대군 등과 결탁하여 반역을 저지르고, 고명을 맡았던 김종서,황보인 등의 대신과 안평대군 등의 종친을 살해하게 된다."

"으으윽…."



나의 측근, 그리고 내가 포섭하고자 했던 인물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형님께서 살아나셔서 잠정적인 계획은 모두 취소하였지만,

만일 돌아가셨다면 분명히 지금 말한 그대로 하였을 것이다.



"아우는 권세를 잡고 보위를 탐하여, 내 아들 홍위를 겁박하여 쫓아내고, 마침내 살해하게 된다. 자, 아우가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바가 이와 같은가? 다른가?"

"전하! 아우가 역심을 품었습니다! 죽여주십시오!"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이었지만, 역심을 너무나도 세세하게 낱낱히 들킨 나는 그저 엎드려서 사죄하였다.



"어찌 과인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예?"



"이미 과인이 살아났으니 아우의 역모는 앞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그저 '일어날 수도 있었던 미래'의 일을 가지고 아우를 죽인다면,

세상 사람들이 과인을 뭐라고 하겠는가."

"그,그렇습니다. 감히 제가 어찌…."


"허나. '일어난 역사'로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비통하였으니…."

전하의 용안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

오백년 정도 지난 먼 미래의 세상, 이미 조선이 아니게 된 그 땅에서
제왕이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 깨어났던 '문종'은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드라마'에는 실제 인물들과는 전혀 닮지도 않은 배우들이 연기를 하였으나
그 사건을 볼 때마다 피눈물이 흘러나올듯 하였고,
'실록'은 그저 훑어보아도 온통 거짓과 터무니 없는 억지 투성이였으나,
그 문자와 문자 사이사이 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였다.

그리고 그 한 번의 반역으로 왕가가 정통성을 잃고 국가체계가 불구가 된 조선이라는 나라는
장래의 후손들과 백성들 마저 지키지 못하고 끔찍한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



"다른 역사에서는 역신이되, 지금 세상에서는 그저 '아직' 역신이 아닌 자들을…. 이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문종으로서는 중대한 의문이었다. 그저 죽여버리는 것은 아주 간단하지만,

조선국왕의 권력으로도 죄 없는 자를 죽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득 그 세상에서 보았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기억이 났다.

자신은 실제로 미래를 접하고 온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예언을 보았던 것과 비슷한 것이다.



예언만으로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명백하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 자들을 방치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엎드려서 공포에 떨고 있는 아우 수양대군의 등을 보면서,

문종은 한 가닥 측은지심을 일으켰다.



결국 그 역시 왕위를 노렸던 한 명의 야심을 가진 인간에 불과하다.

역사에서는 무수히 많은 자들이 그러지 않았던가.



"대군은 들으라."

"예, 예에. 전하."

"과인의 질문에 답하라. 북방이 좋은가? 남방이 좋은가?"

"예?"



문종은 의문스러워하는 수양의 얼굴을 보고 말하였다.



"과인은 대군을 죽이기 싫다. 하지만, 이대로 보고 있으면 분노를 참지 못하여 죽여버릴 것만 같구나.

그러니, 조선을 떠나라. 선택지는 북방, 그리고 남방이 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마음 속에 왕이 되고자 하는 역심이 가득하니. 어디든 조선 밖으로 가서 그 역심대로 해보란 말이다!"

"예. 에에!"



문종의 호통을 들은 수양대군은 황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북방인가. 남방인가. 자신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선택하시오]

1. 북방 … 북간도

2. 남방 …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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