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6일 수요일

개척왕 수양 (4) - 약탈

[창작] 개척왕 수양 (4) - 약탈
ㅁㄴㅇㄹ(222.108) 03-05 23:05:53 조회 635 추천 30 댓글 19











신숙주 일행이 참수된 시체를 짊어지고 귀환하자, 주둔지에 머물고 있던 조선인들은 공포에 떨게 되었다. 알지도 못하는 섬으로 보내져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도착하자 마자 얼마되지도 않아서 현지 주민에게 목이 잘리는 참사가 벌어지게 되자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섬에는 사람을 먹는 도깨비가 살고 있다!"

"어서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갑시다!"



심지어 헛소문까지 떠돌게 되었다. 수양대군으로서는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야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자신은 사실상 이 섬에 유배를 온 몸이었다. 조선으로 귀환하는 것이 불허된 몸이라, 부하들이 없어지면 목없는 시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안되겠다. 배수진을 쳐야겠구나. 한명회, 배에다 불을 질러라!"

"예. 나리. 좋은 생각입니다."



한명회 역시 수양대군과 마찬가지로 조선에서 추방령을 받은 몸이었다. 수양대군의 명령에 따라서 과감하게 배에다 불을 질러버렸다. 불타는 배를 보고 개척단의 조선인들은 더욱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배,배가 불타고 있어!" "죽일놈들! 이게 무슨 짓이야!" "대군나리,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모두 들어라! 이는 병법에서 말하는 배수진이다. 너희들이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 섬의 도깨비들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진(陣)을 만들고 단단히 지켜라!"



수양대군은 과감하게 지시를 내렸다. 돌아갈 길이 끊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진을 칠 수 밖에 없었다.



...



그날 밤, 섬의 부족민들은 하나둘씩 조선인이 낮에 건설한 진채로 접근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해안에 나타난 이 이방인들을 야습을 하여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채에 접근하였을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진 곳곳에서 무장을 갖춘 무인들과 햇불을 든 노복들이 뛰어나왔다. 이미 야습에 대비하여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족민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놀라게 만든 천둥소리 같은 굉음은 바로 배에서 가져온 총통을 발포하는 소리였다. 한밤중이라 명중은 기대할 수 없으니, 신호용을 겸하여 소리만으로 놀라게 하려고 화약을 적게 넣고 공포(空砲)를 쏜 것이지만 부족민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거기에 배가 불타버린 나머지 배수진에 놓인 조선인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자 마침내 부족민을 격퇴할 수 있었다.



"겨우 이겼구나…."



이렇게 치열한 전투 끝에 부족민들은 조선 측 진채에서 다시 도망쳐 버렸다. 조선 측의 사상자는 거의 없고, 많은 부족민을 죽이거나 붙잡아서 승리를 거두었다. 수양대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승리를 기뻐할 틈도 없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여봐라. 포로로 붙잡은 놈들을 심문해 보아라."



...



붙잡힌 부족민들 가운데 몇몇은 한어(漢語)나 류구어(琉球語)를 알고 있었다. 비록 나라다운 나라도 존재하지 않는 섬이라고는 하지만, 명(明)이나 류구(琉球)와 무역 교류는 있었던 것이다. 신숙주는 그들을 심문하면서 그들의 언어나 풍속 등을 흥미진진하게 물어보았다.



"신숙주. 이 자들은 어째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해와서 목을 베어갔단 말인가? 우리는 아직 저들에게 어떤 해도 끼친 적이 없거늘."

"물어보니, 이 족속들은 젊은이가 어른이 되면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마을의 목을 베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연히 걸려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정말 흉악한 풍속이로구나."



수양대군은 까닥 잘못하면 어처구니 없이 목을 빼앗길 뻔 했다고 생각하니 목덜미에 서늘한 것이 지나가는 듯 하였다.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목이 잘 붙어있는지 걱정스러워서 뒷목을 만지작 거렸다.



"류구국에서 소문으로 들었던 대로, 이 섬에 사는 족속들은 별다른 나라나 군장(君長)도 없고, 그저 작은 마을 단위로 따로따로 갈라져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을끼리도 늘상 싸운다고 하니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군대를 끌고 올 일은 없겠구나."



신숙주의 설명을 듣고, 수양대군은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하였다. 수양대군이 이끌고 온 무신이나 노복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약과 총통을 제외하면 조선인들이 크게 유리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다음날, 조선인들은 전날의 승리 때문에 전날보다는 조금 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해져다는 것에는 다들 걱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은 바닷가에 나가서 물고기나 조개를 채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야습을 해왔던 부족민들과 같은 옷차림의 부족민들이 또 갑자기 진채에 가까이 다가왔다.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살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진문 밖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 자들이 뭐라고 하는 것인가?"

"포로로 잡은 자들에게 물어보니, 저 자는 이들이 사는 마을의 우두머리인데, 우리가 잡아간 포로들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흥. 먼저 공격해놓고 돌려달라니 어이가 없군. 일단 이야기는 들어봐야겠다."



수양대군은 신숙주에게 부족민의 우두머리를 손님으로 맞아들이라고 지시하였다. 그런데 그 때, 수양대군의 곁에 있던 한명회가 수양대군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대군나리. 이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계책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



신숙주가 미리 통역 준비를 갖추고, 수양대군은 부족의 우두머리와 만나게 됐다. 우두머리는 다부진 체격에 얼굴에는 특히 화려하게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수양대군과 만난 자리에서 부족의 우두머리는 이곳은 자기들 땅인데, 어째서 함부로 들어왔느냐고 질책하였다. 그러자 수양대군은 미안하다고 웃으면서 사과를 하고는, 자신들은 단지 장사를 하러 잠시 들렀을 뿐이라고 하며 미리 선물을 주겠다고 하며 술과 고기를 내오도록 했다.



"허허허. 우리는 그저 오해로 싸웠을 뿐이요. 이걸 받고 마음을 풀어줬으면 하오. 당신들 사람은 돌려주겠소."



그러면서 적당한 물건을 선물로 가져오게 하였다. 부족장은 귀걸이, 옷관자, 갓과 면포 등을 받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나서 수양대군은 또 다시 부족장에게 말하였다.



"혹시 근처에 다른 마을이 있소? 우리는 장사를 하려고 이 섬에 왔는데, 족장들을 소개해주시면 고맙게 사례하겠소."



부족장은 흥쾌히 승락하고 돌려받은 포로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수양대군 답지 않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에 조선인들은 모두 의아하게 여겼다.



며칠 뒤, 부족장은 다른 마을의 부족장 10여명과 함께 조선의 진채로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수양대군은 이번에도 환영하며 그들을 맞아들이고, 술과 고기를 내놓아 크게 대접하였다. 그러다가 한밤중이 되어 부족장들이 모두 술에 취해서 쓰러지자 한명회가 장막 밖으로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죽여라!"



그러자 밖에서 홍윤성, 홍달손, 양정 등 수양대군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무사들이 장막 안으로 들어와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러 부족장들을 모두 살해하였다. 수양대군은 냉혹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부족장들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모두 목이 모두 떨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명령을 내렸다.



"거사를 할 때가 왔다! 출진 준비를 해라!"



다음날부터 수양대군이 이끄는 조선군은 주변의 마을을 차례차례 공격하였다. 부족장들에게 우호적으로 나오면서 지형 정보를 미리 습득하여 공격에 활용하였고, 공격 시작과 동시에 총통 발포하여 폭음과 위력으로 기선을 제압하였다. 그리고 부족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물자를 닥치는 대로 약탈하며, 마을에 불을 질러서 파괴하였다.



도적이나 다름없는 악랄한 행동이었지만, 수양대군이 마을을 파괴하고 포로와 물자를 잔뜩 싣고 개선할 때마다 진채에서는 환호성이 일어났다. 낯선 섬에 유배당하다시피 한 조선인들은 하루하루가 생존의 위기였기 때문에 약탈은 곧 그들의 생존이 연장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처음 남만(南蠻) 땅에 이르렀을 때, 족장들에게 술과 음식을 주고 대접하였으나 이들은 우리 백성의 목을 베어가는 횡포를 부렸다. 수양대군이 '어찌 우리 백성을 이렇게 함부로 죽인단 말이냐!'하고 노하고 군사를 내어 벌(罰)하고 만인(蠻人)을 포로로 잡아왔다.] - 수양도지(首陽島誌)





...



Q. 앞으로 추가적으로 조선에서 수양도에 유배보낼 만한 자들을 생각해보시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4496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