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6일 수요일

개척왕 수양 (3) - 도착하다

[창작] 개척왕 수양 (3) - 도착하다
ㅁㄴㅇㄹ(124.137) 03-05 13:59:41 조회 573 추천 23 댓글 10









문종의 명을 받아, 수양대군이 이끄는 남방 개척단은 류구국에 들러서 유구왕에게 선물을 주고 식량과 물자를 받는 '마지막 보급'을 하고, 목적지인 류구국 서쪽의 섬으로 이동하였다. 7일에 걸쳐서 항해하여, 섬의 해안에 도착한 배는 두 척만 남겨놓고, 한 척은 물자를 옮겨싣은 다음 회항하였다.



"이곳은 대체 어떤 섬인가?"

"이곳은 류구국 서쪽에 있어 소류구국(小琉球國)이라고 불리는 섬입니다. 이 섬은 따로 군장(君長)이 없고, 의복의 제도도 없는 나라입니다."



수양대군의 질문에 옆에 있던 신숙주가 대답하였다. 신숙주는 자신이 여러 차례 일본에 다녀와서 일본, 류구, 대마, 이키 등의 사정에 밝기 때문에 이 개척단에 보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종친인 수양대군을 제외하면, 개척단의 수뇌격인 존재였다.



"그렇군. 하지만 산수는 정말 아름답군."



수양대군은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소류구국의 산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산세가 험한 것이 조선에도 뒤지지 않았다. 류구국과 가까이 있지만 많이 다르게 보였다.



"이곳이 소류구국이라 하면, 류구에 속한 땅이며 류구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류구 곁에 있어 소류구국이라 부를 뿐입니다. 류구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자들과는 별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류구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땅을 내버려두고 있는가?"

"이 섬에 사는 족속들은 몸이 장대한데, 풍속이 험하여 사람이 죽으면 친족이 모여 그 고기를 베어먹고, 두개골은 금으로 칠하여 음식 그릇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뭐,뭐라? 흉악한 족속들이로구나."

"그래서 이 섬은 명(明)에서도 왜(倭)에서도 류구에서도 내버려두고 있지요."



신숙주의 답변에 담대한 수양대군 조차도 식은땀이 흘렀다.



'나를 이런 족속들이 사는 섬에다 보내다니. 형님은 설마 날더러 여기서 이 섬 사람들에게 잡아먹혀 죽으라는 것인가? 제길, 이런데서 죽을 까보냐.'



수양대군은 내심 이를 갈면서 오기있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반드시 살아남고 말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있었다.



"여봐라. 이 주변에 집을 짓고 머물 곳을 찾아보아라."



수양대군은 데려온 노복(奴僕)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실 문종은 이 항해를 준비해놓고, 거기에 들어간 인력이나 비용의 상당부분을 수양대군에게 부담하게 하였다. 그 때문에 수양대군은 사재를 거의 반 이상 몰수 당하다시피 빼앗긴 상태였다. 조선에 돌아간다고 해도 힘을 기를 기반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항해와 개척에 성공하지 못하면 개털이 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섬의 이름은 소유구(小琉球)라고 하지만, 산세를 보아하니 이 섬은 땅의 넓이는 오히려 류구국보다 장대한 것 같구나.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들까지 있으니, 어쩌면 내가 이곳에 나라를 세워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신숙주는 몇몇 일행을 모아 해안에서 보이는 산 쪽으로 이동하였다. 적당히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지형을 알아보고 지도를 그리려는 것이었다.



"후우. 작은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세가 험한 것이 조선하고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구나. 잠시 쉬었다가자."

"예. 영감마님."



신숙주 일행은 근처의 바위그늘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그렇게 신숙주가 잠시 땀을 닦고 있을 때, 수풀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기이하게 차려입은 몇몇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게 탄 피부에, 얼굴에는 문신을 새기고, 붉고 하얀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은 조선말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질러대면서,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었다. 이 섬에 사는 부족민이었던 것이다.



"헉!"



한 부족민이 신숙주의 목을 노리고 등 뒤에서 칼을 뻗어왔다. 등 뒤에서 보지도 않고 목을 정확하게 노리는 것이, 목을 따는데 매우 익숙한 솜씨였다. 놀라서 몸이 굳어진 신숙주는 속절없이 목을 빼앗길 상황이었다.



"영감! 피하십시오!"

"어이쿠!"



하지만 그 때 신숙주를 호위하러 따라나섯던 홍윤성이 신숙주를 밀쳐서 구출하였다. 그리고 환도(環刀)를 빼어들어 부족민을 찔러 죽였다. 홍윤성이 칼춤을 추며 서너명의 부족민을 단번에 베어죽이자, 나머지 부족민들은 다시 수풀 속으로 퇴각하였다. 부족민이 도망치자 홍윤성은 활을 빼들고 쏘아서 두어명을 화살로 맞추었다.



"영감. 숲 속에서 더 가는건 위험하겠습니다. 이놈들을 붙잡아서 돌아갑시다."

"그, 그러도록 해야겠게. 모두 무사한가?"

"예. 영감마님." "괜찮습니다." "무서워요. 도깨비 같은 놈들. 어서 돌아갑시다."

"이봐. 자네는 왜 대답을… 허억!"



혼비백산한 신숙주는 주위를 둘러보며 확인하였다. 그러나 쓰러져 있던 몇몇 시체는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그 짧은 순간에 이미 목을 빼앗긴 것이었다.



"벌써 목을 잘라갔단 말인가…!"



그러고보니 신숙주는 방금전에 도망치던 부족민들 가운데 몇몇이 마치 주머니 같은 것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기억났다. 그들은 신숙주 일행에게서 참수하여 잘라낸 머리에서 상투를 붙잡고 들고가고 있었던 것이다.





...



조선인은 목사냥 하기 좋습니다.

잡기 좋은 손잡이가 달려있거든요.



Q. 섬 이름을 새로 짓는다면 무엇으로?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4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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