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2일 금요일

개척왕 수양 (7) - 재회

[창작] 개척왕 수양 (7) - 재회
ㅁㄴㅇㄹ(222.108) 03-21 00:49:50 조회 557 추천 34 댓글 12









어느날, 신주(新州)의 북쪽에서 조선에서 온 배가 나타났다. 이번에 오는 배는 다른 여느 배보다 크기가 크고, 채색된 깃발과 돛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망향포의 조선인들을 갸우뚱하게 하였다. 배가 도착하고 나서는 더욱 놀라워 하였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죄수들만이 배에서 내리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화려한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배에서 내려왔던 것이다.



"서성부원군 나리 납시오!"



일행을 이끄는 것은 바로 조선의 서성부원군(西城府院君)이며, 명나라의 봉의대부 광록시소경(光祿寺少卿)인 한확(韓確)이었다. 한확은 누이가 명나라 영락제와 선덕제의 후궁으로 뽑혀가서, 그 인맥을 바탕으로 조선과 명나라 사이에서 외교를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이었다.



또한 그 딸은 세종의 서자 계양군 증(桂陽君 璔), 수양대군의 아들 도원군 숭(桃源君 崇)과 혼인하여, 조선 왕실의 인척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거물이었기 때문에 다른 잠재적 반역자들 과는 달리 신주로 보내지지 않았으며, 이번에는 특별히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아- 정말 따듯하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은 섬이로구나."



그리고 수양대군의 부인과 첩, 그리고 자식들도 이 배에 함께 타고 신주에 보내졌다.



...



보통은 배가 도착한다고 해서 수양대군이 매번 망향포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본인이 직접 망향포로 달려왔다. 어쩌면 평생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가족들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여보! 얘들아!"

"아버님!"



수양대군은 물소를 타고 망향포에 나타났다. 가족들을 보자마자 물소에서 뛰어내리고 달려가서 아내와 자식들을 끌어안았다. 몇년이나 보지 못했던 나머지 기쁨과 그리움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 절 받으십시오."

"그동안 찾아뵙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그래그래."



장남 숭(崇)과 차남 황(晄), 그 부인들과, 딸 세선(世宣)과 사위 정현조까지 나란히 바닷가에서 수양대군에게 절을 올렸다. 수양대군은 아주 기뻤지만,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세희(世熺)는 어디로 갔느냐?"



가족들 가운데 영특한 장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수양대군은 당혹감을 느꼈다. 수양대군의 부인 윤씨는 아주 곤란한 듯이 설명하였다.



"세희는 김종서 대감의 삼남 김승유와 혼인을 맺어서 지금 회임중이라 오지 못했습니다."

"뭐,뭐라고? 내 허락도 없이 혼인을 하다니."

"당신께서는 먼 섬에 게시고. 허락을 받고 제대로 혼사를 맺으려면 시일이 오래 걸려서 딸이 노처녀로 늙을 것 같다고. 전하께서 불쌍하니 특별히 혼례를 맺어주신 것입니다."

"허.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수양대군은 문종이 자신을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자신과 김종서와 사돈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렇게 수양대군이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배에서 몇몇 선전관이 달려와서 수양대군에게 호소하였다.



"수양대군 나리. 좀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아니. 무슨 일이냐?"

"양녕대군 나리께서, 배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뭐, 뭐라고?"



수양대군이 황급히 배에 올라가보니, 과연 양녕대군이 술에 취해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 양녕대군의 자녀와 손자들은 그 주변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수양대군이 들어오자 아주 반갑게 부탁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아버님께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뛰고 게십니다. 불경한 말씀을 자꾸 하셔서…."



본래부터 광패하던 양녕대군은 제 버릇을 참지 못하고 수시로 난행을 벌여서 왕실의 골치거리가 된 것이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문종이 양녕대군을 신주로 보내며, 그 자손들은 양녕대군을 따라가서 모시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야이!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이야! 나는 살아서는 왕의 형이고, 죽어서는 부처의 형이거늘! 겨우 술먹고 좀 놀았다고 가문을 죄다 남쪽 섬에 갔다버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이냐! 으허허허허헝! 내가 왕실의 큰 어른이 아니냐!"

"숙부님. 너무 취했습니다. 이리 나오세요."

"어. 너는. 조카가 아닌가. 아이고 내가 마침내 저승에 와버렸구나. 어허허허허헝"



수양대군은 취해서 울부짖는 양녕대군을 힘을 써서 끌어냈다. 이미 나이든 노인임에도 힘이 좋아서 무척이나 고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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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쓰다가 조선 전기 최대의 오물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게 생각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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