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2일 일요일

근대 조선 여인이 은장도 대신 은권총을 쓰는 대체역사

모년모월모일, 여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김은혜 양(17)이
끈질기게 추근덕 거리던 박철구(무직, 42)를 
권총으로 쏘아서 중상을 입혀 장안의 화재가 되었다.

은혜 양은 신형률(新刑律)에 따라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으나
세간의 여론은 이와는 달라서 오히려 문명개화로 사라져가는
전통과 미풍양속을 지킨 훌륭한 처녀라며 좋아하였다.

"요즘 여학생들이 신여성이다 뭐다 하여 
정절을 무겁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보는데,
정절을 지키려고 총을 쏘았으니 잘 쏘았다."
는 것이었다.


게다가 김은혜 양은 양가 출신이지만,
박철구는 본래 천한 노비로서 노비해방이 없었으면 
감히 은혜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신분이요.

박철구가 평소 행실이 흉악하여 이전부터 여러 차례 
여학교에 침입하여 절도와 음행을 시도하였고,
은혜와 자신이 혼사를 맺고 있다는 등, 
거짓 소문을 퍼트려 정절을 더럽히려 한 죄 등을
신문 기자들이 새롭게 밝혀냈다.

이는 양법(洋法)을 따온 신형률에서는 큰 죄가 아니지만,
구률(舊律)에서는 매우 큰 죄요, 
아직도 몇몇 시골에서는 남아 있는
지방 향약(鄕約)에서는 죽어 마땅한 죄라.

종로에서 열린 만민공회에서는 한 청년이 열변을 토하기를
[문명이 아무리 개화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옛 전통에도 아름다운 것이 있지 않습니까?
어찌 처녀정절을 더럽히려 하는 흉악한 자가 피해자이며,
정절열녀가 살인미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라 하였다.

그리하여 김은혜 양은 황실특사로 석방되었고,
또 황후 폐하가 특별히 은(銀)으로 도금한 권총을 하사하였으니,
이것이 얼마 되지 않아 여학생들이 관습으로 널리 퍼져서
여학생이라면 흔히 차고 다니는 은권총(銀拳銃)이 되었다.

박철구는 병원에서 끌려나와 제국익문사의 재조사를 거쳐 
여러 여죄가 드러나 무기징역에 처해졌다고 하니.
장안의 사람들이 참으로 의롭다며 기뻐하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