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2일 월요일

우화) 앵모재상전(鸚母宰相傳)

[창작] 우화) 앵모재상전(鸚母宰相傳)
ㅁㄴㅇㄹ(222.108) 04-22 05:32:33 조회 241 추천 15 댓글 5

서역의 어느 상인이 중국에 진기한 물건을 하나 팔고자 궁리하였다.

상인은 말하는 재주가 있는 앵모 한마리를 구하고,

중국에서 온 시골 선비에게 은을 주어서

앵모에게 사서삼경(四書三經)과 고금(古今)의

문장을 말하도록 재주를 익히게 했다.





상인은 그저 북경(北京)에 가서

길거리에서 앵모에게 재주를 부리게 할 생각이었으나,

그만 도중에 도적을 만나 칼에 맞아 죽어버리고 말았다.

앵모는 혼자 하늘을 날아 멀리 해동국(海東國)까지 오게 되었다.



해동국에서 한생(韓生)이 나뭇가지에 앉은 앵모를 발견하고 농을 걸어보았는데,

이 앵모가 사서삼경을 막힘없이 말하고 고금의 문장을 거침없이 말하는게 아닌가.



한생은 놀라서 앵모에게 절을 하고 스승으로 섬기었다.

앵모는 누가 물어봐도 거침없이 경전의 문장으로 대답하니

팔도의 선비들 가운데 감히 당해낼 자가 없었다.



선비들이 대학자 대현인 대성인이 납셨다고 앵모를 한양으로 모셔가니

임금이 나와서 버선발로 맞이하여 앵모를 해동국 대재상으로 삼았다.



앵모 재상은 임금의 어깨에 앉아 늘 경전의 문장으로 막힘없이 조언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짝을 맞아 자손을 보고 마침내 천수를 다하였으니

그 복록수(福祿壽)란 실로 곽자의가 부럽지 않구나.



송진종이 '책 속에 모든 것이 있다'고 문장을 읊은 뜻이 이와 같도다.







<해설> 조선 말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우화.

단지 경직된 학문풍조를 풍자하는 짧은 우화였던 것으로 보이나,

후에 개화기에 유럽에 전래되어 읽혀지게 되었고,

서구철학계에서 '앵모재상 역설(Parrot Chancellor Paradox)'이라는 논제가 되었다.



"인간의 지능과 앵모재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앵모재상과 같은 기계가 존재한다면,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68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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