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워해머/2차창작] 오래된 이단자들

오래된 이단자들
Old Heretics





카테콘(Kathekon) V는 대성전 시기에 제국에 발견되고, 인류의 생존에 적합한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소수의 주민으로 구성된 개척단을 보내서 개척된 은하계 변방의 행성이었다.

호루스의 반역이 있었던 시기에, 아무런 전략적 가치도 없는 카테콘 V 행성은 충실한 제국에게도, 반역자들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다. 그 이후로는 혼란 시기의 기록 소실로 그 존재 자체가 제국 행정부에 잊혀지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는 숫자의 개척단만이 이 행성에서 고립되었다.

인류제국이 카테콘 V를 재발견하게 된 것은 수천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제국에 재발견 되었을 당시 카테콘 V는 수십억의 인구와 훌륭한 문명을 갖춘 행성으로 발전하였다. 수천년간 카테콘 V는 다른 행성의 혼란과는 단절되어 독자적인 개척 활동이 진행되었으며, 수천년의 세월 동안 고유한 정치 체계를 발전시켰다.

카테콘 V의 정치 체계는 개척단의 지도자들로부터 만들어졌다. 오래된 개척단의 지도자들은 제국 행정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개척지의 후손들이 조상이 인류의 황제에게 했던 신성한 충성 서약과 미지의 행성을 문명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의무를 잃고, 무지와 미신에 빠진 야만인으로 퇴화하는 것을 우려하였다.

그래서 개척단 지도자들은 현명한 지식인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 체계를 만들어 주민들을 통솔하였다. 지도 체계에 소속된 사람들은 물려받은 역사와 철학, 과학 기술을 보존하며 후세대를 육성하였다. 행성 주민들은 지식인을 존경하였고, 행성은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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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자, 카테콘 V의 행성 정부는 『진리의 사원(Temple of the Truth)』이라 불리는 교육 기관 형태의 지식인 집단을 핵심으로 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진리의 사원은 『진리의 교사(Truth Teacher)』라 불리는 지식인 집단이 중심이 되었다. 진리의 교사들은 행성 전역에서 현명한 아이들을 모집하여 진리의 사원에서 학생으로 삼아 육성되었다. 진리의 사원에 소속된 학생들은 교사의 밑에서 소수가 모여 도제식으로 학습을 하였다.

진리의 사원에서 학생들은 카테콘 V가 비록 지금은 비록 연락이 단절되어 있으나, 은하계 전체를 제패한 「인류의 제국」에 소속되어 있는 여러 세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사원의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제국의 역사와 철학을 배우고, 오래전에 제국에서 물려받은 과학 기술을 보전하였다.

진리의 사원에 소속된 자들은 많은 것을 공부하는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장년기에는 행성 정부에서 실무자로 활동하며, 노년기에는 다시 진리의 교사가 되어 후대를 육성하는 올바른 사이클을 수천년 동안 유지하였다.

수천년의 시간 동안, 별다른 전쟁 없이 평화롭게 발전한 카테콘 V가 인류 제국과 접촉하였을 당시, 카테콘 V의 인류들은 아직 성간 문명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성계 내부에서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여 자신들이 속해 있는 카테콘 행성계는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제국의 진리(Imperial Truth)』를 신봉하는 진리의 사원의 현명한 지도 아래, 학술과 문화가 번성하였고, 종교와 미신은 철저하게 말살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며 이상화 된 인류 제국과의 재결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러나, 인류제국과의 재접촉은 카테콘 V의 주민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특히 그 어떤 신 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미신적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는 카테콘 V의 무신론적인 문화는 인류 제국의 광신적인 황제 숭배와는 매우 이질적인 것이었다.

성계 외곽에서 인류제국의 로그 트레이더와 몇 차례 접촉이 있은 뒤, 진리의 사원은 카테콘 V의 관례에 따라 오랫동안 신중한 토론을 거친 다음, 제국 측의 사절에게 정중한 태도로 자신들이 보존하고 있는 제국의 진리에 근거한 지침이 현재 제국에서 만연하는 황제 숭배와 상이한 점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적절한 논쟁을 거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제국 행정부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카테콘 V를 목표로 하는 「성전」을 선포하였다.

감히 신-황제(God Emperor)의 신성을 부정하는 파렴치한 이단 집단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제국 이단심문청의 확고하게 통일된 결론이었다. 소위 「진리의 교사」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카테콘 V가 감히 「자신들의 행성에 잘 보전되어 있는 고대의 기록」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음은, 곧 제국 전역에 이단적인 주장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더욱 강하다는 의미에 불과하였다.

「성전」의 선포에 따라, 엄청난 숫자의 아스트라 밀리타룸 연대가 소집되었고, 수 개 챕터의 아스타르테스, 그리고 어뎁타 소로리타스와, 이단심문관까지 포함되어 방대한 규모의 토벌군이 카테콘 V로 보내졌다.

카테콘 V는 인류제국과의 전면 전쟁이 발생할 것은 생각치도 못하고 있었으며, 애초에 워프 항해 기술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인류 제국의 함대에 공격을 받게 되었다.

카테콘의 이단자들이 보유한 원시적인 우주선으로는 임페리얼 네이비에 대항하지 못했으며, 전쟁이 시작된지 며칠도 되지 않아 카테콘 행성계의 제해권은 완전히 임페리얼 네이비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하여 주 행성인 카테콘 V를 제외한, 다른 행성의 농업, 광산 기지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카테콘 V에도 자체적으로 구성된 행성방위군이 존재하긴 했으나, 별다른 위협이 없는 이 항성계에서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고, 무기 기술의 수준에서도 제국군에 미치지 못하였다. 원시적인 오토건을 사용하는 카테콘 V의 보병대는 화력 측면에서 아스트라 밀리타룸에 압도되었고, 외곽 기지들은 저항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항복하였다.

오직 본성인 카테콘 V에서만 궤도 방위 시설로 다소 간의 저항이 있었으나, 이 조차도 임페리얼 네이비에 제압되었다. 궤도 방위 시설이 모두 파괴되자, 아스타르테스의 배틀 바지가 접근하여 드랍 포드를 행성 표면으로 사출하였다.

카테콘의 주민들 역시 고대의 도상이나 기록으로 황제의 전사, 아스타르테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전해지던 칙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자신들에게, 아스타르테스가 나타나 공격을 퍼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아스타르테스의 맹렬한 공격은 카테콘 행성의 행정부와 군사 사령부를 정밀하게 타격하였다. 행정부 요인과 사령부의 참모들이 가장 먼저 학살되었으며, 행성의 방어체계와 지휘체계는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이로서 종합적인 지휘를 받지 못하게 된 행성방어군의 저항은 조직적이지 못하고 산발적인 것에 그치게 되었다.

아스타르테스의 타격에 이어, 행성을 점령하려는 아스트라 밀리타룸 연대가 대륙 곳곳에 내려앉았으며, 이단자들에게 조금의 자비도 남겨주지 말라는 명령에 따라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자들은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남김없이 처단하였다. 전투가 시작된 첫날에 이미 카테콘 행성에서는 억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어뎁타 소로리타스는 이단의 중추인 『진리의 사원』을 노리고 공격하였다. 평범한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병사들이 우연히 이단적인 사고방식과 접촉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진리의 사원을 파괴하는 공격에는 신실한 어뎁타 소로리타스가 동원되었다.

어뎁타 소로리타스는 감히 소위 『제국의 진리』를 설파하며 『진리의 교사』를 자칭하는 이단 학자들을 진리의 사원에서 끌어내고, 진리의 사원에 보관되어 있던 이단적인 주장을 담은 고대 문서들과 함께 『정화』하였다. 건물 그 자체도 파괴하고 정화하였다.

몇 주 만에 카테콘 V 행성의 도시는 제국군에 완전히 점령되었으며, 수천년간 지속되어 왔던 카테콘 V 행성의 자체적인 정부와 군사조직은 붕괴하였다. 반항적인 이단자들은 도시를 버리고 행성의 황량한 황무지로 도주하였고, 도주한 이단자들은 추적과 처단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목숨이 아까워 항복한 이단자들을 대상으로는 심문과 심판이 시작되었다.

행성 점령전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과 행정, 유통, 산업 인프라의 붕괴로 카테콘 V의 과학력과 산업역량은 몇 주만에 중세 수준으로 퇴보하였다. 제국의 군세를 피하여 황무지로 무작정 도주한 수십억의 인구는 제국의 추적이 있기도 전에 이미 굶주림으로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도시 역시 곳곳이 파괴되고 무너져 내렸다.

점령전이 끝나고 카테콘 V가 완전히 제국으로 복귀하였음이 확인됐을 때, 생존한 원주민 인구는 본래 카테콘 V의 전성기 인구의 10% 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수천년 동안 이단에 물들어 있던 카테콘 V는 충분히 행성 그 자체를 정화하여도 무방할 정도의 이단이었으나, 제국 행정부에서는 카테콘 V 행성은 제국 국교회 에클레시아르키(Ecclesiarchy)에 봉헌되어, 오랫동안 자행되었던 이단 행적을 참회하도록 결정되었다.

또한 생존하고 항복한 다수의 이단자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을 되돌리고 회개하고자 하는 뜻을 보이고 있음에 따라 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관용적인 처분」을 내려 원주민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앞으로 대대로 선조의 죄를 참회하여 제국에 봉사하는 노예로 하였다.

「카테콘 성전」이 마무리 된 뒤 오래된 이단 행성 카테콘 V는 이단의 흔적을 무너뜨리고, 제국 국교회에 봉헌된 거룩한 카디널 월드(Cardinal World)로 재건되었다. 이단의 사상을 전파하던 불경한 진리의 사원은 무너지고, 그 대신 높고 거룩한 제국 교회가 곳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스타르테스와 어뎁타 소로리타스는 임무가 완수되자 철수하였고, 아스트라 밀리타룸 역시 철군하였다. 하지만 다년간 복무하고 성전에서 눈에 뛰는 공적을 세운 아스트라 밀리타룸 병사들이 소수 선발되어, 행성에서 농장과 농노를 분배받아 행성 귀족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새로운 행성 귀족들은 불경한 이단자들의 후손인 농노의 노동을 감독하며, 또 다시 이단과 불순종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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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섭정이자, 프라이마크 로부트 길리먼은 『카테콘 성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낡고 오래된 소책자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종일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로부트 길리먼에게 1만년 동안 있었던 제국의 역사 기록을 읽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휴식 시간이었다.

이 『카테콘 성전』의 기록은 그 무엇보다도 길리먼에게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대성전 이전에 황제가 선포하고 전파하던 제국의 진리를 보전하던 소수의 집단이, 정작 인류 제국에게 이단으로 몰려 몰살되고, 그 후손들은 아직도 노예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길리먼은 「카테콘의 이단자들」이 오랜 세월의 봉사로 죄악을 충분히 보상하였으니, 재조사를 거쳐 선처하고 자비를 베풀 것이며, 노예 신분을 해방할 것을 지시하였다. 프라이마크의 자비로운 칙령이 도착하자 카테콘의 노에들은 환호하며 신 황제의 자비를 칭송하였으나, 그 노예들 조차도 이미 자신들의 조상이 지은 죄악이 무엇이었는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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